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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올드하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전통 가구가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통가구의 재해석, 현대 공간에 어울리는 옛 멋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과거의 미감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뉴 레트로’ 또는 ‘컨템포러리 헤리티지’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반닫이, 족자장 같은 한국 전통 가구는 물론, 일본의 와단스(和箪笥)나 중국의 홍목 가구 등 동아시아 전통 가구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으며, 이들은 미니멀한 현대 인테리어에 독특한 포인트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전통 가구는 단순히 '옛날 것'이 아닙니다. 자연 소재의 아름다움, 정교한 장인정신, 그리고 기능성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완성도 높은 생활문화의 산물이죠. 이번 글에서는 전통 가구가 현대 공간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와 디자인의 특징들을 살펴봅니다.
‘반닫이’의 재탄생 – 수납에서 테이블까지
한국 전통 가구의 대표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반닫이’는 원래 문을 위로 열어 사용하는 나무 궤짝 형태의 가구입니다. 과거에는 혼수품이나 의복, 귀중품 등을 보관하던 실용적인 가구였지만, 현재는 그 형태와 기능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반닫이는 거실의 커피 테이블, 사이드 테이블, 콘솔 등으로 변형되어 사용됩니다. 전통적인 철물장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리 부분을 짧게 하거나 유리 상판을 얹는 등의 디자인적 조화를 통해 모던한 공간에도 잘 어울리게 만들어졌죠. 특히 나무 본연의 질감과 색감을 살려 만든 반닫이는 화이트톤 인테리어에 따뜻함과 무게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서울 북촌이나 한남동의 한옥 리노베이션 카페에서는 이러한 반닫이를 테이블로 사용한 인테리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요즘은 반닫이의 문 열림 구조를 힌지 방식으로 바꾸거나, 수납 기능 외에 오디오 장비나 와인 셀러를 내장하는 등 새로운 용도로 확장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브랜드 ‘공예공간 우물’이나 ‘혜화단’, 그리고 ‘리빙넥스트’ 같은 곳에서는 반닫이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감각으로 디자인을 재해석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어, 전통 가구에 대한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족자장과 다용도 장식장 – 기능성의 현대적 변형
‘족자장’은 원래 족자나 서책, 문방사우 등을 보관하던 장식장 형태의 전통 가구입니다. 격자무늬의 문짝과 장석(장식용 금속), 그리고 옻칠로 마감된 나무 질감이 특징이죠. 이러한 족자장은 현대 공간에서 다용도 수납장이나 미디어 콘솔, 디스플레이 선반으로 재해석되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통 족자장은 원래 단순히 수납보다는 장식과 상징성을 지닌 가구였지만, 오늘날에는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화한 디자인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 족자장의 ‘문’ 부분을 유리나 폴리카보네이트로 바꾸고, 내부 조명을 넣어 오브제 진열장으로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서랍과 선반을 자유롭게 조합해, 사용자 맞춤형 모듈형 족자장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는 미드센트리 모던 가구 스타일과도 잘 어우러지며, 복합적인 인테리어 공간을 구성하는 데 유용합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오하우스’, ‘무인양품 코리아’의 협업 제품군에서도 전통장(장롱, 족자장)의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모던 가구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전통 나전칠기 기술을 현대적 기법으로 재해석한 ‘강민정 작가’의 족자장 시리즈는 미술품과 가구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족자장은 단순한 ‘옛 것’이 아니라 현대의 공간에 필요한 정리, 진열, 조명이라는 기능까지 담아낸 유연한 가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와단스(和箪笥)와 아시아 모던의 미학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 가구인 와단스(和箪笥) 역시 현대 공간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통 가구입니다. 와단스는 여러 개의 서랍으로 구성된 나무 수납장으로, 지역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가이단스(階箪笥)라 불리는 계단 형태의 장과, 쿠라단스(蔵箪笥)라는 창고용 서랍장이 있습니다.
와단스는 그 자체로도 조형미가 뛰어나기 때문에 현대 인테리어에서 단독 오브제로 쓰이기도 하며, 특히 미니멀한 일본식 혹은 북유럽풍 공간에서 포인트 가구로 자주 활용됩니다. 어두운 오크나 적갈색 목재, 정갈한 선의 배열, 금속 손잡이 등은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내에서도 전통 와단스를 복원하거나 현대적으로 리디자인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특히 HIDA 가구, Karimoku New Standard, Nissin 등의 브랜드에서는 와단스의 전통 요소를 살리면서도, 경량화와 실용성을 강화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일본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수제 가구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와단스 스타일의 서랍장이나 협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식 미니멀 인테리어에서도 이 와단스가 잘 어울리는 이유는, 기본적인 ‘선의 미학’과 자연 소재의 조화가 동양적인 정서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전통 중국의 ‘홍목 가구’ 역시 현대적인 금속 프레임과 유리 요소와 결합되며 ‘오리엔탈 모던’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진화하고 있어, 아시아 전통 가구 전체가 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추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