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다미 문화, 스웨덴의 이케아 문화, 프랑스 앤틱 문화 등 문화적 차이
오늘은 세계 각국의 가구 문화를 탐방해보겠습니다.
일본 – 공간과 조화를 중시하는 다다미의 미학
일본 가구 문화의 핵심에는 ‘자연’과 ‘조화’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일본 전통 주택인 ‘와시츠(和室)’를 떠올려보면, 나무 기둥과 흙벽, 그리고 바닥 전체를 덮은 다다미가 만들어내는 조용하고 절제된 공간이 떠오르죠. 다다미는 단순한 바닥재가 아니라, 일본인의 삶의 방식과 정신을 반영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일본의 좌식 문화는 가구의 형태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낮은 식탁인 ‘차부다이’, 방석이나 방석 위에 얹는 등받이 의자인 ‘자이스’, 그리고 수납이 가능한 작은 수납장인 ‘단스’ 등은 모두 바닥 중심의 생활에 맞춰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전통적인 취향이 아니라, 공간 활용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일본 주거공간은 비교적 협소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나의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다기능성 가구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가구는 ‘계절감’을 고려한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대나무 매트를 깔고, 겨울에는 온돌 효과를 내는 이불 ‘코타츠’를 사용하여 계절의 변화에 따라 공간이 달라집니다. 이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본인의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입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일본 가구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색상은 주로 나무 본연의 색이나 중성 톤을 사용하고, 재질은 종이, 천, 나무 등 자연에서 유래한 것들이 주를 이룹니다. 시선을 사로잡기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디자인이 중심이죠. 이러한 철학은 일본의 전통 미학인 ‘와비사비(侘寂)’—불완전함과 덧없음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는 감성—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웨덴 – 실용성과 감성을 동시에 담은 이케아 문화
북유럽은 세계적으로 ‘가구 디자인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웨덴은 실용적인 디자인과 인간 중심의 철학이 결합된 가구 문화를 꽃피운 나라입니다. 특히 이케아(IKEA)의 성공은 스웨덴식 가구 디자인이 전 세계에서 얼마나 보편적인 공감을 얻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케아는 1943년, 인그바르 캄프라드가 고향 엘름훌트에서 시작한 작은 사업이었습니다. 당시 스웨덴은 전쟁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가구를 필요로 했습니다. 이케아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누구나 쉽게 구입하고, 직접 조립할 수 있는 가구를 선보였습니다. 플랫팩 방식은 운송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사용자가 ‘가구를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하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스웨덴 가구의 또 다른 특징은 ‘휴머니즘’입니다.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편안함, 따뜻함, 감성적인 만족감까지 고려합니다. 차가운 금속보다 따뜻한 원목을, 날카로운 각보다 부드러운 곡선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스웨덴어로 ‘라곰(lagom)’이라는 말, 즉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함’의 철학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집을 하나의 안식처로 여기며, ‘코지(Cozy)’한 분위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명을 여러 겹으로 사용하는 간접 조명, 따뜻한 텍스타일, 내추럴 톤의 가구 배치 등은 모두 집을 심리적으로 따뜻하게 만드는 장치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중심에는 언제나 사용자를 배려한 가구가 존재합니다.
프랑스 – 시간의 이야기를 담은 앤틱 가구의 품격
프랑스의 가구 문화는 오랜 역사와 미적 감각이 결합된, 매우 풍부하고 감성적인 세계를 보여줍니다. 특히 고전적인 앤틱 가구는 프랑스 인테리어의 중심을 이루며, 그 자체로 ‘시간의 흔적’이 깃든 예술품으로 취급됩니다.
17세기 루이 14세 시절부터 시작된 프랑스 가구 디자인은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 대칭적 구도, 황금색 도금 등으로 특징지어졌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루이식 가구’로 불리며 이후 유럽 전역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루이 15세와 루이 16세 시대에는 더 섬세한 곡선과 우아한 장식이 가미되며 로코코와 신고전주의 양식이 탄생했죠.
현대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전통을 기반으로, 과거의 아름다움을 현재 공간에 녹여내는 인테리어가 많습니다. 실제로 파리의 많은 아파트나 시골의 프로방스 지역 주택에서는 앤틱 테이블이나 체어를 현대적인 조명이나 소파와 조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처럼 프랑스 사람들은 ‘시간이 만든 아름다움’을 즐기며, 신구의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적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 가구 문화의 또 다른 핵심은 ‘개인성’입니다. 이들은 남들과 똑같은 스타일을 지양하고, 자신만의 공간과 이야기를 담는 데 집중합니다. 누군가는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오래된 트렁크를 커피 테이블로 쓰고, 또 다른 이는 유럽 여행에서 구입한 샹들리에를 부엌에 걸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각의 가구는 하나의 이야기이자, 추억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가구에 대한 애정과 존중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좋은 가구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며, 수리를 통해 오래도록 사용하는 문화가 발달해 있습니다. 버리는 대신 고치고,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 태도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
이렇게 각 나라마다 가구가 지닌 의미와 쓰임새는 다르지만, 그 모든 차이 속에는 공통적으로 ‘삶을 더 나답게 만드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백, 스웨덴의 실용, 프랑스의 감성—이 모든 것들은 가구라는 매개를 통해 각기 다른 삶의 철학을 전하고 있습니다.